곡성 스마일

곡성이란 이름에 걸맞는 공포를 체험할 수 있는 방. 서울에서 달려와 밤 10시가 넘은 시간. 여름비로 길에 안개가 깔렸고, 자꾸 룸미러로 아무도 없을 뒷자리를 확인하며 모텔에 도착했다. 마치 공포영화의 첫 장면처럼 앞에 아무것도 없는데 자꾸 자동차의 전방 센서가 경고를 보내는데 애써 "벌레 탓이겠지" 라며 생각을 돌려본다. 친절하지도 불친절하지도 않은 주인. 말하자면 무관심하다가 맞겠지만, 뭐 가격을 생각하면 어쩌겠는가. 방에 들어가자마자 현관문은 잠기지만 중문은 고장이나있다. 전화를 건다. "방 중문이 안잡깁니다. 방을 바꿔주세요." "우리한텐 그게 문제가 아닌데요?" 라는 퉁명스런 대답. 하지만 내려오는 동안 고통받는 내 상상력은 내가 잠든 새벽, 누군가가 내 방으로 도끼나 둔기 따위를 들고 들어오는- 몇개나 있을 카드키로 현관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을 그려낸다. 그래서 나는 내 혹시 모를 안전을 위해- 또는 불안감을 지우기 위해 도어 장치의 베터리를 뽑았고, 그제서야 조금 마음을 놓을 수 있었 던 찰나. 화장실의 불이 지나치게 어둡다. 무엇을 위해, 무슨 색을 숨기기 위해 이리도 낮은 불이 필요할까. 기묘한 감각에 창문이 잘 잠겼는지 확인해보니 이마저도 열려있다. 조금 불편해도 차에서 자고, 찜질방에서 씻어야 했을까.